최근 몇 년간 '플랫폼 노동'이라는 용어가 익숙해졌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일을 할 수 있는 시대, 누구나 배달앱, 대리운전, 프리랜서 플랫폼을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노동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 이후의 비대면 서비스 확대로 인해 더욱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용 안정성 문제,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 복지의 부재 등 다양한 이슈를 함께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플랫폼 노동의 유연한 근무형태, 고용불안 문제, 글로벌 사례를 중심으로 이 노동 형태의 현실과 방향을 살펴본다.
1. 유연근무 가능성 높인 플랫폼 노동
플랫폼 노동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유연성’ 때문이다. 전통적인 직장처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는 점은 특히 육아 중인 부모, 대학생, 퇴직자 등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으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타다와 같은 배달·운송 플랫폼, 그리고 크몽, 탈잉, 숨고 같은 프리랜서 중개 플랫폼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일정에 맞춰 업무를 선택할 수 있다. 시간 단위로 업무를 설정할 수 있고, 장소 또한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유연한 구조는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가 새로운 소득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자영업처럼 비용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접근성도 플랫폼 노동의 성장 요인 중 하나다. 단기간 수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 본업 외에 추가 수입을 원하거나 일시적인 프로젝트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2. 고용불안과 보호 사각지대 문제
하지만 플랫폼 노동에는 뚜렷한 단점도 존재한다. 고용의 불안정성과 법적 보호 미비가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자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며, 이는 고용보험, 산재보험, 퇴직금 등의 사회보장 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익 구조의 불안정성이다. 일한 만큼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이 없으면 곧바로 소득이 사라진다. 또한 플랫폼의 정책 변화나 수수료 인상 등 외부 변수에 의해 수익이 쉽게 흔들린다. 최근에도 국내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인상으로 라이더들의 수익이 급감한 사례가 이슈가 되었다.
더불어, 알고리즘에 의해 업무 배정이 결정되는 구조 속에서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 조건을 협상하거나 예측하기 어렵다. 이는 기존 고용 관계에서는 기대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들이 플랫폼 노동자에게는 보장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노동자가 아닌 ‘파트너’ 혹은 ‘이용자’로 분류되는 순간, 법적 보호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셈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도적으로 명확히 정립된 바는 없다. 결국 개인이 스스로 보험에 가입하거나, 소득세와 국민연금을 자비로 납부하는 등 노동자의 책임이 과도하게 전가된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3. 글로벌 사례로 본 플랫폼 노동 규제
해외에서도 플랫폼 노동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제도적 대응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법적 지위 재정립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2021년 스페인은 ‘라이더법’을 통과시켜 배달 노동자를 플랫폼 회사의 ‘노동자’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고용보험, 유급 휴가, 퇴직금 등의 기본 권리를 보장받게 되었고, 해당 플랫폼은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는 플랫폼 기업에 책임을 부여하고, 노동자 보호를 강화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0년 AB5 법안을 통해 일정 조건을 충족한 플랫폼 노동자를 정규직 근로자로 인정하도록 법제화했지만, 기업들의 반발과 국민투표(Prop 22)로 인해 다시 예외가 적용되는 등 논란이 있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 자체가 플랫폼 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고 새로운 규범을 만들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프랑스, 독일 등도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과 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점차 확대 중이며,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공동 지침 마련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결국 플랫폼 경제의 발전과 노동자 보호 사이에서 균형 있는 규제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플랫폼 노동은 기존 노동시장의 틀을 바꾸는 혁신적인 흐름이지만, 동시에 전통적인 복지와 고용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도전도 안겨준다. 유연한 근무 환경과 자율성은 분명 장점이지만, 그로 인해 기본적인 권리 보호가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는 플랫폼 노동의 초기에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이 구조를 정의하고, 법과 제도로 정립해갈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만큼, 노동에 대한 인식과 정책도 유연하게 진화해야 한다. 단순히 기업과 노동자의 이익이 아닌, 지속 가능한 디지털 노동 시장을 만들기 위한 방향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
결론: 플랫폼 노동, 혁신과 보호의 균형이 필요하다
플랫폼 노동은 기존 노동시장의 틀을 바꾸는 혁신적인 흐름이지만, 동시에 전통적인 복지와 고용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도전도 안겨준다. 유연한 근무 환경과 자율성은 분명 장점이지만, 그로 인해 기본적인 권리 보호가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는 플랫폼 노동의 초기에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이 구조를 정의하고, 법과 제도로 정립해갈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만큼, 노동에 대한 인식과 정책도 유연하게 진화해야 한다. 단순히 기업과 노동자의 이익이 아닌, 지속 가능한 디지털 노동 시장을 만들기 위한 방향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